내눈에 보인세상
치자꽃(2010,07,17)
너누리[삼척동자]
2010. 7. 19. 12:33
재작년
상룡이가 놀러올때
가지고온 치자나무 화분에서
하이얀 백색의 치자꽃이 피었다
잠시 피었다 지저분해져 안타까운 꽃이다
사진이 깨끘하지 못하지만 지는 꽃 두고두고 볼 요량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달래 보내고, 돌아서 돌계단을 오르는 스님 눈가에 설운 눈물 방울 쓸쓸히 피는 것을 종탑 뒤에 몰래 숨어 보고야 말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법당문 하나만 열어 놓고 기도하는 소리가 빗물에 우는 듯 들렸습니다. 밀어내던 가슴은 못이 되어 오히려 제 가슴을 아프게 뚫는 것인지 목탁 소리만 저 홀로 바닥을 뒹굴다 끊어질 듯 이어지곤 하였습니다. 여자는 돌계단 밑 치자꽃 아래 한참을 앉았다 일어서더니 오늘따라 엷은 가랑비 듣는 소리와 짝을 찾는 쑥국새 울음 소리 가득한 산길을 휘청이며 떠내려 가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멀어지는 여자의 젖은 어깨를 보며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인 줄 알 것 같았습니다. 한 번도 그 누구를 사랑한 적 없어서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가장 가난한 줄도 알 것 같았습니다. 떠난 사람보다 더 섧게만 보이는 잿빛 등도, 저물도록 그치지 않는 산중도 그만 싫어 나는 괜시리 내가 버림받은 여자가 되어 버릴 수록 깊어지는 산길에 하염없이 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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