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게 친구!

2007. 7. 12. 13:13좋은글


西山大師 영정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이 보게,친구!  

      - 서산대사 -

      살아 있는 게 무언가?

      숨 한번 들여 마시고

      마신 숨 다시 뱉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 아니던가?

      그러다 어느 한 순간들여 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 공기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 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 가는 것인 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모두 다 내 것인양

      움켜 쥐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 데는

      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가는 법 이리니

      쓸 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 게 웬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자네 추억 씨앗 뿌려

      사람 사람 마음 속에 향기로운 꽃 피우면

      천국이 따로 없네!!

      극락이 따로 없다네!!

      생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일어 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스러짐이라

      뜬 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천 가지 계획과 만 가지 생각이

      불타는 화로 위의 한 점 눈(雪)이로다.

      논갈이 소가 물위로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갈라 지는구나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

      *

      西山大師 : 休靜 (1520 ~1604)

      묘향산 원적암에서 칩거하며

      많은 제자를 가르치던

      서산대사께서 85세의 나이로 운명하기 직전

      위와 같은 詩를 읊고 나시어

      많은 제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가부좌(跏趺坐)를 하고 앉아 잠든듯

      입적(入寂) 하셨다고 합니다.




      어부의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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