避 亂

2010. 6. 28. 08:53좋은글

 

 

 

 

 

 

 

 

 

 

 

 

 

 

 

 


 

 

        

 

          避 亂 / 이 달 근

    하이얀 무명치마 입은

    새색씨가 두살배기 아들 업고

    마을 사람들 따라

    남쪽으로 피란을 간다

    하늘에는 쌕쌕이가

    초가 지붕을 폭격하고

    텃논 배미 모심다가 말고

    소바리에 쌀 가마니 싣고

    할배 재촉에 길을 나선다

    징집당해 전선으로 간

    서방님 안부는 불러오는

    아랫배에  물어 본다

    피투성이  장병들이

    살려 달라고 몸부림 친다

    흰옷입은 행렬이

    먼데서 들리는 총소리 대포소리

    남으로 남으로 꼬리를

    물고 신작로를 채웠다

    십리길 따라 오든 삽살개도

    겁에 질려 동내로

    돌아가 버렸다

    해는 서산 넘어  빨간 노을 뿜고

    어둠을 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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